이민사회에 살면서 주변에 친인척이 많지 않습니다. 많지 않다기보다 전혀 없다고 말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절기도 잘 지켜지지 않지만 한국에 민속절기가 찾아오면 괜히 부모님들과 친인척이 생각나기는 합니다. 주변 식구들로 인해 피곤한 일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물보다 피가 진해서인지 누군가 옆에 친한 친척 식구들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피보다 더 찐한(?) 모임이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우리에게 친인척보다 더 귀한 영적인 형제자매들이 모여 있는 곳이 목장모임입니다.
믿음을 가지고 누군가 끝까지 신뢰해 주고 믿어준다는 것은 귀한 일입니다. 부부간에도 인생의 생사고락을 함께 하며 평생 동반자가 되어 산다는 것 또한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죽마고우”라는 말도 있듯이 어릴적부터 마음을 터놓고 편히 지낼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축복입니다. 이런 깊은 나눔과 교제가 있는 곳이 목장모임입니다.
세상 어느 곳에서도 만날 수 없는 귀한 형제자매들을 목장에서 만날 수 있어 기쁨입니다. 만남 자체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있지만, 만나고 또 만나도 만나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얘기를 듣고 또 들어도 뭔가 더 듣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섬김을 받아도 이상하게 부담스럽지 않고, 섬기지만 피곤하지 않는 이상한 모임이 바로 목장모임입니다. 배꼽 빠지게 웃다가도 뭔가 인생의 지혜를 주는 나눔이 있습니다. 자란척도 해보지만 무한히 겸손해 질 수밖에 없는 놀라움도 있습니다. 사소한 나눔 같은데 무척 많이 반성도 되는 꾸지람 같이 들리는 설교도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내 자신을 가르키지는 않는데 많이 뉘우치게 하는 소리가 있습니다. 그곳이 바로 목장모임입니다.
일주일 분주하게 살아가지만 뭔가 하루가 기다려지는 요일이 있는데 잘 생각해보면 목장모임이 있는 날임을 깨닫게 됩니다. 일주일 내내 지저분한 집안을 보면서 하루 날 잡아 치워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깨끗이 치워져 있는 집안을 보면 그 날이 우리 집에서 목장모임 하는 날임을 알게 됩니다. 각 가정의 집안을 한번 정도 깨끗이 정리해 주는 예쁜 모임이 목장입니다. 부지런히 목장모임에 정성을 다하다보니 어느덧 아내가 요리사가 되어 있는 것을 깨닫게 하는 모임이 목장모임입니다. 목장모임 때마다 아이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기는 했는데 몇 년 지나다 보니 목장모임 때문에 자녀들이 가장 큰 혜택을 누렸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알게 모르게 자녀들이 인격적으로 많이 성숙해 있음에 감사케 하는 모임이 목장모임입니다. 늦은 시간에 쓸데없이 모여서 수다 떤다며 핀잔주고 했는데 어느 샌가 본인이 목장모임 매니아가 되어 있음을 알게 하는 모임. 보고 배운다는 말을 실질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참으로 신기한 모임이.. 바로 목장모임입니다.
얼마 전에 목장에서 고민하며 기도제목으로 나눴던 이야기인데 그 고민이 현실에서 해결되어 또 다른 고민을 나누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깜짝 깜짝 놀라곤 합니다. 정말 지나가는 말로, 때로는 자신도 믿지 못하면서 기도해 달라고 말해온 말들이 거짓말처럼 현실로 다가온 것에 축하받고 있는 자신을 보게 하는 모임이 목장모임입니다. 어쩌다 한번 빠지면 뭔가 허전하고, 다음번에는 꼭 참석해야 할 것 같은 요상한 매력이 있는 곳. 생활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 웃지 못 할 에피소드, 부부관계나 자녀와의 문제들을 마음에 담아두었다가 꼭 나누고 싶은 곳. 그리고 삶의 문제와 고민을 기도제목으로 내놓고 싶은 바로 믿음직한 모임.. 바로 그런 곳이 목장모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