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80대 초반의 할아버지와 짧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 일찍이 미국에 건너와 사시다가 현재 밴쿠버에서 노년의 삶을 보내고 계신 분입니다. 젊은 시절 북미에 오셔서인지 80대 초반의 할아버지가 웬만한 영어는 다 소화하는 듯 했습니다. 나이가 있으셔서인지 본인 자신의 몸도 제대로 가눌지도 못하시고, 약간의 수전증도 있지만 기억력만큼은 남다르셨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인생의 마무리에 계시는 노인분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런 분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인생의 많은 지혜들을 얻기 때문입니다. 어느 노인이든 만나면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세월의 빠름입니다. 지난주에 만난 할아버지도 이 질문에 그 전 어느 노인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너무도 당연한 질문인 듯이 정말 세월이 빠르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젊을 때는 늙는다는 사실은 알지만 세월이 빠르게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천 년 만 년 살 것 같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보면 압니다. 세월이 유수와도 같다고 합니다. 휙~하고 지나갈 것입니다. 짧은 인생.. 하나님에게 소망이 없다면 그 어디에 소망을 두고 살려 하십니까?
할아버지 말씀이 작년까지만 해도 너무 할 일이 없어 코크틀람에서 다운타운, 다운타운에서 Horseshoe Bay까지 대중버스 타고 가서 Ferry를 타고 밴쿠버 아일랜드를 다녀오곤 했다고 합니다. 본인이 운전해서도 힘든 일을 아무 이유 없이 대중버스를 타고 밴쿠버 아일랜드에 다녀오곤 했다는 말에 순간적으로 노인이 된다는 사실이 두렵기는 하더군요. 은퇴의 날을 기다리는 제게는 조금 충격적이긴 했습니다. 무엇보다 인생의 마지막 길목에 서 계시는 이분의 마지막 한 마디가 생각이 납니다. 이분의 인생의 결론은 “늙어보니 인생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젊은 시절 이민 와서 무진장(?) 살아보려고 애써보셨을 것입니다. 인생에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 밤잠을 설치며 인생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셨을 것입니다. 자녀들을 위해서도 여느 부모와 다르지 않게 희생하며 살아오셨을 것입니다. 현재 이분은 그나마 인생에서 성공하신 분입니다. 자녀분들의 사회적인 위치는 잘 모르겠지만 재력으로는 남다른 부를 누리고 있습니다. 손주, 손녀들도 좋은 대학에 진학해서 공부하는 듯 했습니다. 이만하면 본인의 인생에 자부심도 있고, 자랑과 보람도 느낄만 한데 인생이 참으로 허무하다고 하십니다. 현재의 삶이 매우 허탈한 듯 보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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