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을 때 목회자로 사역했기 때문에 늘 상 양복을 입고 다녔습니다. 넥타이를 매고 사는 것이 지겨울 만큼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정장으로 살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양복과 와이셔츠, 넥타이와 구두가 평상복이 되어 있었습니다. 15년 전에 밴쿠버로 건너오면서 한국에서 입고 살았던 모든 양복 세트를 다 가져왔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스타일도 변하고 몸의 사이즈도 맞지 않아 결혼예복조차도 폐기 처분된 지 오랩니다. 그 동안 양복을 입고 살아야 하는 아쉬움이 많지 않아서인지 기성복 하나 구입해서 지금까지 단벌로 살아왔습니다. 매 주일 보시는 주바라기 식구들에게 식상하게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별 불편함 없이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주로 단벌 신세에서 벗어났습니다. 말씀 드리지 않아도 새 양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시면서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것입니다. 새 양복 하나를 더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새 양복을 자랑하기 위함은 아닙니다. 자랑해도 자랑거리가 되지 않겠지만 솔직히 말씀 드리는 것이 필요하다 싶어서 말씀 드립니다. 지난주 헌금에 주바라기 식구 한 가정이 양복 마련을 위해 목적헌금을 해 주셨습니다. 목회하면서 교인들에게 다른 것은 몰라도 재정적인 부분에서 부담을 드리지 않겠다는 것이 목회 방침 중에 하나였는데 저의 양복 단벌이 누군가에게 부담이 된 것 같습니다. 살아가는 것조차 힘겨운 이민사회에서 너무도 큰 섬김을 받은 것 같아 죄송한 마음입니다. 사양했지만 개인적인 섬김이 아니라 주바라기 교회 사역적인 차원에서 목적헌금을 드리는 것이라 강권하셔서 우유부단한(?) 제가 받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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