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씩 한국에 계신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리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나이가 있으셔서 그런지 외국에 전화하는 비용이 비싸다고 생각해 웬만해서는 전화를 하시는 일이 없습니다. 전화를 드리면 늘 상 안부를 묻고, 일상적인 이야기하다가 끊곤 합니다. 그런데 지난주에는 “그렇잖아도 제게 할 말이 있었다”고 하는 것입니다. 순간적으로 섬뜩했지만 별것이 아니다 싶어 물었습니다. 그 하실 말씀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었습니다. 저희 어머니에게는 작은 연립주택이 있습니다. 현시세로 1억도 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나마 그것 하나 붙들고 평생을 살아오신 분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연립주택을 팔기로 하신 것입니다. 이유는 형님에게 사업 자금을 밀어주시기 위함입니다. 팔기는 누님에게 팔고 집값의 절반은 형님에게 주고, 나머지 절반은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누님이 갖는 것입니다. 그 대신 누님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기까지 기다려야 하고, 옆에서 어머니를 돌볼 책임을 맡은 것입니다. 결정은 다 해 놓으시고 막내아들에게 물으니 제가 뭐라고 대답해야 합니까? 잘 하셨다고 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생각하는데.. 그럼, 막내아들에게는 아무 것도 없는 것인가 싶은 생각에 마음이 떨리고, 한없이 섭섭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내에게 말을 하니 아내 역시 아쉬운 마음 갖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실, 얼마 되지 않은 돈입니다. 없어도 그만인 것이지만 왠지 내가 어머니에게 아들이 맞나 싶더군요. “어렵기는 나도 만만치 않게 어렵게 살고 있는데..” “그 중에 만 불, 아니 오천불만 밀어줘도 이렇게 힘겹게 살지는 않을텐데..” “어머니를 뒤로하고 떠나온 아들이 미워도 그렇지 목회하는 아들이 그래도 힘들게 사는 줄 아실텐데..” 별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전에 신문 지상에서 형제간의 유산 다툼으로 칼부림 나는 가정들을 보면 똥(?)보듯 했는데 이런 작은 재물에도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을 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싶었습니다. 목회자도 별것이 아니구나 싶어 하나님에게 죄송한 마음이지만 솔직한 저의 마음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물질을 초월해서 살아야 하는 목회의 길에서 자꾸 뒤를 돌아보며 재물에 아쉬워하는 마음을 추스러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마음에 평정을 찾았지만 지난 몇 일간은 좀 힘겨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불과 한 달 전에 목자들의 말도 있고 해서 스쿨버스 운전을 그만 두었습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목회에 전념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 다른 일로 채워질 것이라 믿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도저히 생활이 어려워서 다시 무엇인가 일을 찾아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애써 일하지만 아내의 수입으로는 역부족임을 솔직히 말씀 드립니다. 남편과 아빠의 무능함도 싫고,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해서 많은 것은 아니지만 작은 수입이라도 가사를 돕고 싶습니다. 목사가 일한다는 것에 늘 마음이 걸리지만 열심히 사는 모습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풀타임으로 일하기는 목회 생활하는데 무리라 싶어 파트타임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주바라기 식구들에게 한없는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목회사역으로 주바라기 식구들을 돌봐야 하는데 먹고 살기에 매여 시간을 빼앗기는 듯해서 늘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조금 더 애써 보겠습니다. 영혼 구원하는 사역에 힘쓰고 있는 주바라기 교회에 하나님이 축복해 주실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에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가 일하며 목회한다고 해도 힘들게 생각되지 않는 것은 주바라기 교회가 갖고 있는 비전과 꿈이 있기 때문입니다. 각 목장이 생명력 있게 열매가 맺혀 가는 그날.. 제가 온전한 “풀타임 목회”의 자리에 서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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